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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국제변호사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

 

 

미국과 EU 등 주요 무역투자 상대방과 FTA가 현실화되면서 변호사의 활동무대인 법률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FTA가 한국의 법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다.
/글 정규상 미국 뉴욕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태평양

미국 또는 EU와 최종 합의한 FTA 내용을 요약해 보면, 1단계로 이들 FTA가 발효되기 전에 외국 로펌의 대표사무소(외국법 자문사무소)를 설립할 수 있고, 이들 국가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관할지역에 관한 법 및 국제공법(외국법)에 관해 우리나라에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2단계로 FTA 발효일로부터 2년 이내에 외국 로펌의 국내 대표사무소와 우리나라 로펌이 전략적 제휴를 위한 약정을 체결해 우리나라 법과 외국법 관련 사무가 혼재된 사건을 공동으로 처리하고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FTA 발효일로부터 5년 이내에 FTA 당사국 로펌과 우리나라 로펌 간 합작기업 설립이 가능해지고, 이러한 합작기업은 일정한 요건 아래 우리나라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엔 국제변호사는 국내법에 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국제변호사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관할 지역의 법이나 국제법에 관해서도 우리나라에서 ‘자기의 이름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법적으로는 우리나라 로펌에 소속돼 외국법이나 국제법에 대한 연구조사를 하고 소송 및 자문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FTA에서 규정된 시장 개방 계획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국제변호사는 앞으로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법 제도적 관점에서 국제변호사의 형식적인 역할과 지위는 달라지겠지만, 국제변호사가 수행하는 실질적 업무는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 우리나라 법률시장에서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주로 외국어(특히 영어) 구사 능력에 치중돼 있었고, 이러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서 활약하는 국제변호사는 주로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거나 우리나라 기업과 거래하는 경우, 외국어로 작성된 우리나라 법에 대한 메모랜덤(memorandum)과 의견서(legal opinion), 그리고 계약서 등의 문서를 검토해 외국에서 통용되는 형식, 내용 및 법률용어로 작성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아울러 외국인과의 협상에 참석해 정확한 의사소통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졌고 외국 법원, 국제기구 또는 국제중재 전문기구를 장(forum)으로 하는 국제 소송 또는 국제 중재가 늘어나면서 국제변호사가 분쟁 처리 및 협상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법률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제변호사의 활동 무대 넓어질 것

정부와 많은 경제전문가가 주요 국가와 FTA가 발효되면 FTA 당사국 간 무역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 거래와 투자가 늘어나는 현상과 병행해 국제변호사가 외국법 자문사의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업무상 공식 활동 영역이 확장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국제변호사의 업무적 활동 공간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늦어도 FTA 발효 5년 후에는 외국 로펌과 합작 및 외국법 자문사를 합작 로펌의 구성원(partner) 변호사로 고용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기여도가 높은 국제변호사는 국내에 설립된 합작 로펌의 공식 구성원 변호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국제 거래와 국제 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전체적인 법률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을 무작정 국제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국제변호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국제변호사와 국내 변호사는 어떤 면에서는 같은 업무 영역을 놓고 본격적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의 수는 로스쿨 도입으로 인해 조만간 연간 1500명 이상을 넘게 된다.  

아무리 FTA를 통한 국제 거래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국내 변호사 자격증과 외국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소지한 국내 변호사와의 경쟁을 고려하면 순수한 국제변호사의 여건이 FTA에 따라 현재보다 자동적으로 유리하게 변화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현재 한-미 FTA 및 한-EU FTA의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법률시장 개방 단계별로 기본 원칙은 명시돼 있으나 외국법 자문사의 자격 및 관리감독에 관한 사항, 전략적 제휴를 위한 약정 내용의 구체적 한계, 합작 로펌의 지배구조에 관한 사항 등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은 우리 정부에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많다. 

이러한 사항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실질적인 개방 속도, 개방의 범위, 국제변호사의 활동 영역 및 영향력 등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변호사 요건

그렇다면 FTA 시대에 각광받는 국제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할까? 우선 국제변호사와 국내 변호사를 막론하고 자기만의 전문 분야에서 확고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은 가장 기본적인 요건에 속한다.  

국제변호사는 자격을 취득한 관할 지역과 국제법의 법률 및 관행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해당 국가의 언어 사용 능력을 개발하고 역량을 축적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보유한 지식, 경험이나 지적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업무에 임하는 자세다.  

FTA 시대에 외국 로펌, 국내 로펌 또는 합작 로펌에서 생존하고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attitude)와 인내심을 갖추고 동료 및 의뢰인과 협력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러한 역량과 자세를 갖추고 향후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유망한 분야 중에서 본인의 자질과 성향에 맞는 전문 분야를 선택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FTA시대, 국제 중재와 해외투자 분야 유망

필자 생각에는 FTA 시대에 국제 중재 분야와 해외투자(국제 금융 거래 및 외국 기업 M&A 포함)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들은 현재까지는 법률시장 규모가 상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FTA 시대에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면서, 현재까지 국내 변호사 중에서 일류급 실력과 경험을 갖춘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다. 분쟁은 거래가 늘어남에 비례해 발생하게 마련이므로 다양한 형태의 국제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국제 중재 관련 법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에 포함된 투자자·정부 간 국제중재 제도가 도입되면 대형 중재 사건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면서 해외에 신규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합작투자 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존의 외국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과 관련된 업무는 국제변호사에게는 보물창고와 같은 영역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개척자 정신 중요

해외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위해 투자활동 전반에 걸쳐 권익을 보호하고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투자 대상인 현지국의 법률자문역(local counsel)으로 선정된 외국 로펌까지 지휘 조정하는 업무를 외국 로펌이 아니라 국내 로펌 또는 외국과 우리나라의 합작 로펌이 담당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변호사의 활동 공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야들은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기회는 크지만 그 반면에 개척자로서의 난관과 어려움이 필연적으로 따르는 분야다. 이러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와 꿈도 없이 국제변호사가 되었거나 될 사람이라면 FTA가 제공할 기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노력과 열의를 쏟고자 하는 국제변호사라면 FTA 시대의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한 전문가로서 성공할 모습을 스스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국제변호사는 자격을 취득한 관할 지역과 국제법의 법률 및 관행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해당 국가의 언어 사용 능력을 개발하고 역량을 축적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변호사란

‘국제변호사’라는 용어는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국제변호사’라는 용어는 실정법에 규정된 용어도 아니며, 그 의미도 분명하지 않다.

 어떤 변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기능적인 의미에 착안해 국제적인 거래나 분쟁에 관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를 ‘국제변호사’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국제변호사’는 어떤 공식 자격(license)을 가진 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지만 ‘국제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를 ‘국내 변호사’라고 부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와 구별하는 뜻에서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를 ‘국제 변호사’로 통칭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같은 의미로 변호사를 지칭할 때에는 그저 ‘외국 변호사’로 통칭하거나 더 정확하게는 그 자격을 부여했던 관할지를 표시해 ‘프랑스 변호사’ 또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등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제 변호사’를 후자와 같은 의미로 인식하는 현상이 상당히 보편화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미의 ‘국제변호사’가 미국이나 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 체결할 FTA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 그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를 ‘국제변호사’로 부르는 예가 많다. / 출처 : FTA 세상 (FTA 국내대책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