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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일본 브랜드가치가 우리의 35배?


국격이 높은 나라를 언급할 때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높은 경제력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막강한 외교 영향력을 가진 선진국들을 우선 떠올린다. 지난 12월 14일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가브랜드 실체 가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국격의 초점이 경제력과 외교력에 주로 맞춰져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GDP가 아무리 높더라도 중동 산유국을 국격이 높은 나라라고 평가하지는 않고, G20 멤버라 해도 러시아나 중국을 국격이 높은 나라라고 보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하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도 국격이 높은 국가로 간주되지 않는 것을 보면 국격이 결코 물질적 풍요나 외교 역량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격은 경제력, 외교력에 사회, 문화적 성숙도가 더해져야 하며, 한국도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G20과 같은 국제적 행사의 성공적 유치 뿐 아니라 문화국가로서의 이미지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인으로서의 자세가 중요하다.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IMF는 2007년 조사에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국가 위상은 GDP의 2.24배, 한국의 위상은 GDP의 0.29배라고 발표한 바 있다. 즉, 일본은 GDP는 한국의 4.5배이지만, 국격은 35배 이상 높은 셈이다. 국제무대에서 일본이 환영받고, 일본 제품을 선호하며, 우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이유도 이러한 국격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신뢰를 받고 호감을 주어 여러 국가들이 동반자가 되길 원하는 나라들의 모습을 귀감 삼아 우리나라도 국가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다면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럽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국가 의료체계로 세계 1위의 평가를 받고 있는 나라이며, 세계 1위의 관광대국이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최대 배출국이다. 오늘날 프랑스의 국가 위상이 높은 것은 비단 경제력과 외교력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유럽의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창의성을 중시하며,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하여 다른 문화를 자연스레 포용하게 하는 문화 정책과 지원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이 단기간에 프랑스와 같은 흡인력을 갖게 돼 가보고 싶은 나라로 손꼽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국격을 높이려면 프랑스와 같은 문화적 포용력 즉 통(通)문화적 소양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패전국의 이미지를 지닌 나라였지만 통일 이후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국격 제고 활동을 펼친 결과 위상이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견고한 과학기술력으로 얻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경제적,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함께 유럽 전체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는 물론 국민도 함께 노력하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브랜드 실체 조사에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오른 일본의 경우를 보자. 디테일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정교함과 체화된 친절과 배려의 이미지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일본.


해외로도 일찍 눈을 돌려 스시는 세계인의 먹을거리 중 하나가 되어 일식의 세계화에 성공하였고 일어의 해외 보급을 위해 일본어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문화원을 전 세계에 설치하는 등 일본 문화 를 알리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일본은 이처럼 먼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일본을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가깝지만 먼 나라인 일본의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은 OECD 가입 13년 만에 DAC 가입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신분상승 정도가 아닌 신분역전의 기적을 일구어낸 나라다. 우리의 자체 생명력은 남에게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경쟁력의 실체 개선과 효율적인 전달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면 국격을 세우기 위해 뿌린 그 수많은 씨앗은 머지않아 알찬 열매를 맺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