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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2010년 한달 앞, 우리 경제 세계 어디쯤


2010 G20 정상회의 유치로 우리나라도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중심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12월 달력을 보며, 우리나라가 대외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구나 하고 느낍니다. 곧 다가오는 12월 3일은 바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지 꼭 12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전까지 생소했던 IMF, 구조조정, 노숙자 등등의 단어가 어느 새 다들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4년도 안돼 IMF 금융관리체제에서 졸업하고(2001년 8월 23일), 다시 세계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세계 경제사에서도 엄청나게 역동적인 일로 평가 받을 것입니다. G20 정상회의 유치 뿐만 아니라 현재 AMF 에 대해서도 많은 구상과 진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AMF 는 아시아판 IMF 입니다. IMF가 전 세계의 금융•통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 AMF는 아시아 지역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지난 기사에 이어 AMF 설립 이유와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다뤄봅니다.

1. AMF를 만들면 무엇이 좋을까?
외환보유액은 경제 안보를 위한 일종의 총알입니다. 정부, 기업 또는 금융기관 등이 해외에갚아야 할 돈을 갚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사람들이 보통 이야기하기를 “달러는 많이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체로 일정액 이상 쌓은 달러는 미국 국채로 바꿉니다. 안전성이야 높지만, 그만큼 수익도 매우 낮습니다. 그렇다고 외환보유액을 무작정 쌓아놓기만 하면, 그 돈을 다른 곳에 더 유용하게 쓰지 못하는 기회비용만 점점 더 커지는 셈입니다. 2009년 9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인도 4개 국가의 외환보유고 비중은 전세계의 50%를 넘었습니다. 8월 말, 11개 주요 아시아 국가 외환 보유액은 중국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2조 625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은 혼자서만 2조 13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2009년 6월 기준) 이 엄청난 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입니다.

따라서 첫 번째 이점은 외환보유액을 융통성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점은 IMF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 중 어느 한 나라의 경제 문제가 다른 나라에 전염되기 전에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아시아 지역권 내 공조 강화 및 아시아로의 힘의 이동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NAFTA를 결성한 북미 지역, EU로 하나된 유럽에 비해 아시아 지역은 지역공동체 발달이 저조합니다. AMF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권 내 경제 블록이 강화된다면 이후 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아시아채권시장,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활발히 추진될 전망입니다.

2. AMF 와 추진 과정
IMF(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전 세계적인 금융•통화 위기에 대처하기 때문에 매우 거대한 기구입니다. 따라서 문제 대처 속도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이 늦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서방국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로 인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시아 각 국가들은 아시아 지역권을 위한 통화기금이 별도로 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1998년 10월 미야자와 플랜(Miyazawa Plan), 2000년 5월 치앙마이협정(CMI. Chiang Mai Initiative), 그리고 2009년 4월 CMI 다자화 규모 확대 논의를 거쳐 점차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야자와 플랜은 일본의 미야자와 재무장관이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통화방어용 기금(currency Defense Found)를 조성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특히 1998년 10월에는 한층 구체화하여 엔화(¥)를 국제화시키는 계획까지 포함시켰습니다.

치앙마이협정(CMI)은 한,중,일 3국과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 통화스왑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통화스왑(Currency Swap)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한-미 양자간 통화스왑을 통해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특히 올해 4월 CMI 다자화 규모 확대를 통해 AMF의 밑그림이 거의 다 그려졌다는 평가입니다. 우리나라는 CMI 공동기금 중 16%를, 중국과 일본은 각각 32%씩을 분담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분담액은 비록 중국과 일본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실리를 취한 것입니다.


올해 말까지 관련 규정 법률 작업을 모두 마치면, 이후 납입대상 펀드를 설립합니다. 이를 운영관리하기 위한 운영사무소 조직 및 감독체계까지 완비되면 AMF가 출범한다는 전망입니다.

3. 해결해야 할 문제들



그럼 해결할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분담액 비율에서 보셨듯이, 일본과 중국은 동등하게 32%씩 분담합니다. 여기에 바로 그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CMI 다자화 기금 분담률을 두고 중국과 일본은 첨예하게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는 바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주도권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미야자와 플랜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본이 처음에는 주도하는 형국이었습니다.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하자, 엔화(¥)를 국제화할 계획이었던 일본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다급하게 되었습니다. AMF 설립 주장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만이라도 엔화(¥)를 기축통화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시장에서 엔화의 지위를 격상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평가가 이런 면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 경제의 부상과 함께 위안화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중국 역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삼으려는 욕심이 어찌 없겠습니까. 2009년 5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향후 중국이 우리나라와의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이미 국제금융기구에서도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에서는 린이푸(林毅夫) 수석부총재가 활동하고 있으며, 주민(朱民) 인민은행 부총재역시 향후 IMF 부총재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세계 경제에서 아직도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또한 현재 IMF에서는  가토 다카토시(加藤降俊) 부총재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 역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및 통화체제 통합을 주장하면서, 일본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캐스팅 보드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현명한 외교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