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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문헌보관소/<인터뷰>경제톡톡(Talk Talk)

수조원 벌금 매기는 이 부서에서 하는 일


장면 #1: 요즘 들어 외국인들이 반포 공정위 청사에 자주 나타난다.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그 곁에는 국내외 손꼽히는 주요 로펌의 변호사들이 두툼한 서류뭉치를 들고 함께 서있다. 이들은 국제카르텔과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때로는 수일에 걸쳐 밤늦게까지 증거자료 하나하나를 보며 조사담당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빼고 돌아간다.


장면 #2: 밤11시. 국제카르텔과 직원이 컨퍼런스 콜 전화장비를 챙겨 회의실로 간다. 이른 새벽에 출근해 이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공정위 국제카르텔과 직원들은 24시간 움직인다. 상대하는 로펌, 피조사인, 외국 경쟁당국이 전 세계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수시로 의사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공무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2008년 3월 새로 신설된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업무풍경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행정조직은 대폭 축소됐지만 국제카르텔과의 조직과 업무 범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세계시장을 분할하는 소수 거대기업들의 국제 담합행위로부터 우리 소비자와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세계경제현실에서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국제카르텔관련 기사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EU 등 세계경제의 핵심축을 구성하는 선진국들은 국제카르텔 제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시절 국제카르텔 차단을 선거공약으로 선언했는가 하면 EU 역시 국제카르텔 제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들이 한해 부과하는 벌금만도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10여개 기업 역시 국제카르텔로 미국, EU, 캐나다 경쟁당국에서 무려 1조 7천억 원대에 이르는 벌금이 부과됐다.


이에 더하여 미국의 경우 카르텔가담 개인에게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고, 각 주(洲)에서 민사소송이 제기되어 배상금(3배 소송)과 그에 따른 소송비용이 추가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 기업이나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카르텔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고 할 것이다.


공정위의 핵심부서로 자리 잡은 국제카르텔과의 주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기업과 소비자에게 폐해를 끼친 국제카르텔을 적발하여 조사, 제재하는 것과 우리기업이 외국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법위반 예방노력을 하는 것이다. 국제카르텔과는 출범이후 1년여의 기간 동안 복사용지 담합건과 마린호스 담합건 등 두 건을 자체 조사역량으로 처리해냈다. 미국, EU 경쟁당국의 경우 변호사․검사․회계사 등 전문 인력 5~6여 명이 팀을 이루어 한 사건을 처리하는데 2~3년이 걸리는 것에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전통적으로 상부상조하는 동업자의식을 중시해 담합에 대한 법위반 인식이 약한 우리나라 기업인들에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현지에서 카르텔 예방교육을 실시해 경쟁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행동지침을 확산시키는 등 경쟁문화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제카르텔과 구성원 면면은 어떨까. 국제조사에 있어 필수능력인 외국어 구사능력과 외국법지식은 기본이고 모두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우선 국제카르텔과의 신봉삼 과장은 미국 로스쿨(J.D.)을 마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귀국하여 첫 국제카르텔호의 선장이 되었다. '현장‘과 ’경험‘을 중시하여 국제조사공조, 외국인 진술조사, 현장조사 등에 직접 참여하면서 신설과 출범 후 1년여 만에 조사기법개발, 법리분석, 제도개선 등 국제카르텔 사건처리의 기틀을 잡았다. 신 과장은 과원들의 교육을 과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과원 모두가 국제카르텔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믿기에 본인이 연구한 내용과 경험을 전파하고 또 다른 과원의 경험도 공유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미지의 분야를 성공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데는 신 과장을 보좌해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대영 총괄 사무관이 있다. 김 사무관도 장기국외훈련을 통해 미국 로스쿨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영어, 일어에 능통하다. 국제카르텔과 출범이후 최초로 복사용지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하여 올해 ’2월의 공정인상‘을 수상했다.


홍일점 이선미 사무관은 과 분위기를 온화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특기를 가지고 있다. 조사에 임할 때는 누구보다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도 발휘한다. 빈틈없이 일처리를 하여 피조사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박재걸 사무관은 국제카르텔 사건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영어구사능력과 오랜 기간 국제협력업무를 통해 구축해온 해외 네트워크를 잘 관리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인물이다. 올초 군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이준헌 사무관은 준수한 외모와 젊은 패기를 바탕으로 과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복잡한 경제분석도 척척 해낸다.


성실함이 돋보이는 윤영술 조사관은 마린호스 국제카르텔 사건을 최근 성공적으로 처리한 공적을 인정받아 ‘6월의 공정인상’을 수상했다. 총괄 조사관으로서 예산, 국회 업무도 깔끔히 수행한다. 고영기 조사관은 컴퓨터를 분석하여 삭제파일을 복구해내는 포렌식(Forensic) 조사 전문가다. 은밀히 이루어지는 카르텔 속성상 의사연락 증거확보가 쉽지 않고 대상기업이 해외에 있어 현장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 고 조사관 같은 전산 전문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여민기 조사관은 매일 전 세계 경쟁당국의 움직임을 모니터해 이를 주요 정보로 가공한다. 이 정보는 공정위에서 카르텔 사건을 인지하고 처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료가 된다.


소비자 보호의 첨병으로 나선 국제카르텔과는 시장경제의 암적인 존재이자 그중에서도 우리시장을 타깃으로 한 해외업체간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고군분투하고 있다. 공정위가 매월 선정하는 이달의 공정인상을 국제카르텔과 직원이 올해만 벌써 두 번이나 수상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앞으로 더 바빠질 국제카르텔과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출처 : KDI 나라경제

                                             글 김대영 국제카르텔과 사무관 사진 오상민 중앙일보시사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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