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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세금이야기/알면 득이 되는 세금 이야기

수많은 세금들, 반드시 내야 하는 걸까?


                                                   공공의 적

누구나 많이 내기를 바라지만 내기 싫어한다. 바로 세금이다. 규정된 세율 덕택에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그만한 부를 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렴 대기업 총수는 소상공인들보다는 세금을 훨씬 더 많이 낼 것이다. 벤츠도 소나타보다 많은 세금을 문다. 동시에 우리는 남보다 국가에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을 싫어한다. 국가에 내는 것만큼 아까운 게 또 어디 있냐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이들이 절세에 목을 매달고 있고 '세금 덜 내는 법'이라는 제목을 단 책들은 날개돋힌 듯 팔린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렇게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행위들이 달갑지 않을 법도 하다. 내가 A회사 사장이라면 'A회사 제품 사지 않는 법' 정도쯤 되겠다. 아무튼 많이 내기를 바라지만 또 내기 싫어하는 이 역설은 결국 권리를 찾고 의무를 도외시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전형이다.




                                      오로지 생존, 이기적 유전자

그럼 세금은 왜 생겨났나. 그것은 우리의 본성 탓에 생겨난 오브제다. 뜬금없지만, 인간이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잠시 짚어보자. 필자도 얼마 전 알게 사실인데 초기 지구에는 메탄, 물, 탄산가스, 수소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그 무엇도 생명체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강한 전기 충격을 받으면 소중한 에너지원이자 유기물인 아미노산이 생성된다. 이들이 뭉치다 보니 드디어 생명체이면서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분자가 나타났다.

이들이 바로 유전자인데 얘네들이 그 험난한 대양에서 살기에는 뭔가 좀 부족했던 모양이다. 갑옷이 필요했고 자신들을 보호해줄 물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속으로 들어가고 다양한 로봇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메바들이 나왔고 물고기들이 나왔고 앵무조개가 나왔다. 물 속에서 앵무조개들이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으니 이 녀석들은 신장을 펌프로 개발하여 담수로 올라왔고 여기서 자꾸 흙들과 물살이 생존에 걸리적거리니까 육지로 기어올라왔다. 육지로 올라오다 보니 개구리가 나왔고 치타가 나왔다. 육지에 살려니 맹수들이 우글거려 나무를 타고 올라갈 필요가 있었다. 침팬지와 원숭이가 나왔다. 근데 산맥이 갈라져 한 쪽은 황량한 초원으로 변해버렸다.

오랜 시간을 다녀야 하다 보니 직립을 했고 그래서 인간이 나왔다. 여기서 리처드 도킨스는 말한다. "결국 유전자들은 생명체를 원격 조정하기 위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고 우리의 의무는 그것(유전자)을 보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이 이론은 당연히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극단적 호불호를 불러냈지만 결국 인간의 모든 사회 단상들이 유전자가 생존하려는 이기성 때문이라는 설명이 재미있다.  도덕, 윤리, 세금 등은 유전자의 이기성이 낳은 이타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감세, 이타적 세금

세금의 탄생 과정 역시 전술한 생물체의 진화과정과 비슷하다. 먹을 것을 저장할 수 없었던 구석기 시대에는 '재산' 개념이 없어 지위가 평등했다. 오히려 자신에게 쓸모없는 것을 남에게 나눠줌으로써 장기적 자산인 '덕'을 쌓았다. 그러나 사유재산이 생기면서 계급과 권력이 생겼다. 권력자는 분명 일은 덜 해야 하는데 더 많은재산을 누려야 한다. 그래서 재산을 착취했다. 세금은 여기서 기원한다. 훗날 왕정이 공화정 또는 민주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권력은 여전히 막대한 재산을 필요로 했다. 시민들도 자신들의 부를 일부 이양해 안전과 평화를 보장받고 싶어했다. 생물체가 유전자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구조라면 세금은 인간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구조다. 당연히 국가를 만드는 문제는 세금을 낸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의 일이다. 세금은 인간이 자신들을 지키고 싶다는 '이기성'으로 인해 생겨났지만 그것이 나를 포함한 남을 위해 쓰임으로 이타성을 갖는 데서 유전자의 동기와 공통점을 지닌다.

분명 세금은 나와 남을 돕는 데 쓰인다. 가진 자일수록, 자신이 낸 세금이 여럿에게 두루 분배되기 때문에 남을 돕는 비중이 더 크다. 이런 면에서 세금은 일면 '이타성'을 갖고 있다. 동기부여야 어찌되었던 한 해 세금을 10억씩 낸다면 그 납세자는 자신보다 남을 돕는 데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해 세금을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가가 그 납세자에게 매년 람보르기니를 갖다주진 않는다. 세금을 내는 것이 자기를 돕는 것보다 남을 돕는 데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절세, 탈세를 부르짖고 부자들을 감세해주는 것을 비판한다. 부자들은 부자들 나름대로 자신들이 어떻게 하면 세금을 안낼 수 있을지 골머리를 앓는다.

결국 세제개혁은 불행하게도 항상 이분법 구도를 갖고 적대되어온 것이 우리의 세사(稅史)이며 촌극이다. 종부세 개편은 정치적 이념이 아닌 이해관계에 따른 찬반을 불러일으켰고 이중과세니, 집값안정이니 하는 개념들은 모두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 논거에 불과했다. 논거가 주장을 만든 것이 아니라 주장에 맞춰 논거가 따라갔다. 그렇다면 세금이 정말 이타적으로 쓰인 예는 없는가.




                               한 조각 빵 외에는 모두 다 내놓을 것

역전의 용사 한니발을 우리는 알고 있다. 카르타고를 위해 아버지를 따라 로마 정복을 일생의 업으로 삼은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쯤 되는 인물이다. 그가 나폴레옹이 하기 훨씬 전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못살게 굴 때 로마의 군량은 바닥나고 있었다. 선단도 없었고 무기장비도 없었다.

 여기서 로마의 원로원은 극약처방을 내린다.

"의원 여러분,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각자 1파운드의 은만 남기고 모든 재산을 가져옵시다. 전투를 수행하는 저들이 무너지면 우리도 없습니다. 우리의 행위를, 사회는 뒤따를 것입니다" 각 의원들은 저마다 소량의 재산을 제외한 전재산을 군비 확충에 투자했다. 선단은 늘어났고 병사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그 때 세금징수원들이 천명한다. "우리 또한 월급을 받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다시 월급을 받기 시작하는 날은, 전쟁이 승리로 끝날 때입니다" 이윽고 군인, 행정관 등도 모두 무보수 국방의 의무를 자임한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받는 한 달 몇 만원도 그다지 탐탁치는 않은 금액이지만 그들은 수천년 전에 무보수를 자임했고 진짜 위험한 전장에 나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로마는 기나긴 지구전을 끝내고 북아프리카에서 한니발을 패퇴시킨다. 이것이 바로 로마 대제국의 초석이 된다. 중흥기의 페르시아, 전성 시대 아테네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기적 본성, 이타적 세금

세금은 '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회의 합의, 공감 구도에 따라 그 앞의 수식어가 '억지로' 혹은 '당연히'로 바뀐다.  유전자의 생존 전략을 통해 우리가 나왔다면 우리의 생존 전략을 통해 세금이 나왔다. 비록 유전자의 본성은 이기적이라고 도킨스는 선언했으나 세금의 본성은 인간에서 나온다. 설혹 우리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본성이 이기적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해협 건너 이름 모를 외국인을 구하다 목숨을 던진 이수현도 없었을 것이고 번식에는 전혀 관심없이 남들에 대한 이해와 봉사를 기쁨으로 알고 살아온 소록도의 두 수녀도 없다.

한 유태인이 자녀 셋을 두었다. 그에겐 소가 17마리가 있었는데 자식들에게 남겨주며 이렇게 말했다. "장남은 1/2를 갖고 차남은 1/3을 갖고 삼남은 1/9를 갖거라" 삼남은 그 나름대로 억울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당최 17마리를 어떻게 저 비율로 나누냐는 것이었다. 어떻게 쪼개도 소수점으로 소를 나눌 수는 없다. 물론 비율대로 나눠 먹어도 좋지 않겠냐만 그렇게 되면 어느 부위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더 큰 쟁점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 때 이웃집 주민이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자네들에게 소를 1마리 주겠네. 그럼 18마리가 되지. 비율대로 장남은 9마리, 차남은 6마리, 삼남은 2마리를 갖게나. 그럼 1마리가 남네. 이건 다시 내가 갖고 가겠네"

세금을 집행하는 이가 있다면 바로 저 이웃집 주민과 같아야 한다. 투명하고도 공정한 세제는 이기적 본성에서 나온 세금에 이타성을 부여한다. 저 3형제가 사이좋게 자신들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의 역할이요, 세제의 존재 이유다. 공감에 기초한 세금의 이타성과 이분법에 기초한 세금의 이타성은 분명 질적 차원이 다르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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