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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

세계는 왜 총성 없는 ‘환율전쟁’을 벌일까요?

총성 없는 환율전쟁이 세계경제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의 여러 나라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있죠. 통화량을 늘려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해 ‘통화전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달러화와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이기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세계경제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일본 등이 돈을 풀어 살길 찾기에 나서자 국제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재정적자와 불황에 허덕이는 미국이 먼저 환율전쟁을 일으킨 셈입니다. 미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우 나빠졌죠.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띄우기 위해 달러를 푸는 양적완화를 세 차례나 단행했습니다. 달러화 약세로 수출이 늘어나고 돈이 투자와 고용으로 흘러들어가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란 거죠.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자 그 영향은 일본 엔화에도 즉각적으로 미쳤습니다. 엔화 가치가 치솟았죠. 국제적으로 안전자산에 속하는 엔화 가치가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반대로 폭등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로 수출이 타격을 입자 “윤전기로 돈을 찍어서라도 무제한 금융 완화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죠. 이런 금융정책을 총리가 된 아베 이름을 따 ‘아베노믹스’라고 합니다. 일본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결정하고 내년부터 매달 13조 엔을 풀겠다고 밝혔죠. 엔화를 시중에 많이 공급하면 환율시장에서 당연히 엔화 강세가 꺾이겠죠.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선 것입니다.


EU도 돈을 풀긴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스페인과 그리스 같은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의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주기로 했죠. ECB는 풀린 돈이 물가압력이나 환율변동 등에 작용하지 않도록 고스란히 환수하는 ‘불태화(不胎化) 정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불태화 정책이란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우려를 감안해 시중에 풀었던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정책이죠. 하지만 무제한 국채 매입으로 풀린 돈이 환율을 어지럽히는 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통화 가치인 환율은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변수입니다. 통화 가치가 움직이는 데 따라, 즉 환율 등락에 따라 무역규모는 물론 수출 수익성도 크게 달라지죠. 수출만을 본다면 자국 통화 가치가 약해져야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죠.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고 수익성도 좋아집니다. 수출을 늘려 자국 경제를 살리려는 미국·일본 등이 통화 가치 끌어내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그것이죠. 따라서 세계경제 기상도가 흐릴수록 통화전쟁 수위는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통화 가치 하락이 불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당장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죠. 원론적으로 따지면 통화 가치가 약하다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 체력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또 국가부채를 늘려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성백형 기자 / info@ahaeconomy.com

※출처 : 아하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