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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

석유제품·반도체·화학제품 무역 1조 달러 이끈 ‘일등공신’

 

 

제2차 석유파동이 일어난 1980년에서 30년이 지난 뒤 우리나라 수출의 품목별 비중을 보면 제품 경쟁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1980년에는 섬유류가 2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죠. 이어 철강금속(14%), 전기전자(12%), 농림수산물(11%), 생활용품(11%)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순서는 시간이 흐르자 확 바뀌었죠. 1980년 수출비중 8%밖에 안됐던 기계류가 지난해 32%로 1위에 올랐습니다. 기계류에는 자동차·선박·정밀기계 등이 포함되죠.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휴대전화가 속한 전기전자제품이 30%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뒤는 화학공업제품(12%), 광산물(10%), 철강금속(9%) 순이었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석유제품 등 12대 주요 품목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의 80%를 차지하며 수출 강국으로 만들었죠. 이들 주요 품목의 수출은 연평균 14.3%씩 증가했습니다. 12대 품목은 자동차·일반기계·철강제품·선박·섬유·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가전·컴퓨터·무선통신기기·석유화학·석유제품입니다. 

 

올해 수출 효자품목은 뭘까요?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난 472억 달러였고 수입은 1.5% 증가한 434억 달러였습니다. 11월에도 수출이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 무역수지는 10개월 내리 흑자 행진입니다. 

 

10월 한 달 동안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은 석유제품이었습니다. 52억 달러어치를 수출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7% 늘었죠. 지난해에는 반도체가 가장 많았지만 석유제품이 10개월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석유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6.8%, 2011년 9.3%, 2012년 10월까지 10.3%로 해마다 늘고 있죠. 석유제품은 중남미·아세안 등 신흥국 수요가 많아 수출이 호황입니다. 

 

반도체는 10월 46억 달러어치를 수출해 2위입니다. 지난해 10월보다 6.7% 늘었죠. 10월 IT산업 전체 수출액은 145억5천만 달러로, 기존 최대 실적인 2010년 10월 140억9천8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일반 기계품목은 39억 달러를 수출해 3위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보다 1.4% 줄었죠. 세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에 하던 수출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줄어 수출 전선은 비상입니다. 환율 하락, 즉 원화강세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되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죠.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환율이 10% 떨어지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업종이 환율 움직임에 민감하죠. 주요 수출품인 휴대전화는 4.4%, 반도체는 0.7%, 자동차는 0.1%씩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역의존도 높으면 부작용도 커요 

 

우리 무역 규모가 2년째 1조 달러를 넘어 경제대국이란 위상을 굳힐 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지닌 취약한 요소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2025년께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충격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앞으로 10년 이상 계속될 세계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피할 수 없다는 거죠. 

콘퍼런스보드는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점으로 높은 무역의존도를 꼽았습니다.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무역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취약한 국가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죠.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중국 경기 둔화 같은 나라 밖 악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110.30%입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죠. 그와 달리 내수비중은 GDP의 52.93%로 G20국가 가운데 17위입니다.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2009년 95.76%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였으나 2010년 101.98%로 1위가 된 뒤 2011년에 G20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죠.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52.93%입니다. 우리보다 민간소비 비중이 낮은 국가는 중국, 러시아 등 몇몇 나라뿐입니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내수비중이 낮은 경제는 구조적으로 외부 충격에 매우 약합니다. 

이런 경제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가능성은 적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줄을 잇는 FTA… 세계는 지금 무역 전쟁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본격적인 협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영토 갈등으로 진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 나라는 더 이상 FTA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경제적 협력관계에서 정치동맹으로 발전한 유럽연합(EU)에서 보듯이 한·중·일 FTA는 새로운 동북아 협력시대를 열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일 FTA 협상은 2003년 시작됐지만 2004년 중단됐습니다.

세 나라가 관세장벽 철폐를 위한 FTA를 맺으면 인구 15억 명, 국내총생산(GDP) 14조 달러나 되는 세계 3위 경제권이 탄생하게 됩니다. 세 나라 GDP는 세계 전체의 19.6%나 되죠. EU(30%), 미국(23%)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경제에 큰 입김을 불어넣을 만큼 막강해집니다. 세 나라의 교역량은 5조3천236억 달러로 세계의 17.6%를 차지하고 있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10년 동안 우리나라 실질GDP가 1.45% 증가해 경제효과를 163억 달러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나라마다 FTA 체결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바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무역 영토 확장으로 이겨내려는 거죠. 여러 나라가 거미줄처럼 복잡한 FTA로 묶이면서 경쟁에 뒤처진 나라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EU도 FTA 협상을 위해 바쁜 발걸음입니다.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뛰어넘는 초대형 자유무역지대 탄생을 예고하고 있죠. EU는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남미 등 여러 나라와 FTA를 맺고 있습니다. 또한, 중남미 내부의 FTA 논의도 활발합니다. 멕시코는 미국에 지나치게 무역이 편중된 것을 해소하기 위해 브라질과 협상을 재개했죠. 한국과 FTA 경쟁에서 뒤처진 일본도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해 위기 극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성백형 기자 / info@ahaeconomy.com

 

※ 출처 : 아하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