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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

지속성장 키워드는 ‘표준’… 표준특허가 세계 경쟁력

 

 



많은 선진국이 자기 나라 기술을 세계규격으로 만들려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계 무역량의 80%쯤이 국제표준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죠. 과거 세계 시장은 기술을 가진 나라가 이끌었지만 이젠 표준을 가진 나라가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표준은 한정된 자원으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수단입니다. 

표준으로 인류가 더욱 풍요로워진 건 분명하죠. 표준이 지속성장의 키워드, 표준특허가 세계 경쟁력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낭비는 적게, 성과는 크게-표준은 효율성을 향상시킨다.(Less waste, better result - Standards increase efficiency.)’

2012년 세계표준의 날을 맞아 ISO(국제표준화기구),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ITU(국제전기통신연합) 등 국제표준화기구가 발표한 메시지입니다. 지속성장에 기여하는 표준의 역할을 강조한 거죠. 표준화로 효율성을 높여야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기업에게 효율성은 불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줄이면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능력입니다. 기업이 이윤을 높이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요소죠. 국제표준은 세계 시장에서 기업의 잠재력을 경쟁력으로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표준특허를 다른 기업에 내주게 되면 많은 로열티가 부담으로 작용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계기 가운데 하나도 1961년 공업표준화법(현 산업표준화법) 제정이었습니다. 표준화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산업 첨단화 속도를 높인 원동력이 됐죠. 한국전쟁의 상처를 딛고 농업 중심에서 제조업, 다시 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빠르게 바꿔 온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표준이 가져다 준 품질 향상이 수출 확대로 이어진 덕분이었죠. 표준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엔 더 큰 힘이 됐습니다. 

요즘 세계 많은 나라가 첨단 융ㆍ복합 산업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제표준화 활동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죠.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표준을 따르는 게 중요합니다. 나라마다 다른 표준이나 인증은 무역장벽이 돼 제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제품도 세계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4G LTEㆍ3D TV 등 최첨단 융ㆍ복합 제품의 국제표준 기술을 가진 기술 강국입니다. 하지만 국제표준화 활동에 견줘 아직은 로열티를 만들어 내는 표준특허 비중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죠. 우리나라가 보유한 표준특허 비중은 2.3%로 미국(46%)이나 일본(20%)보다 크게 떨어집니다. 그마저도 몇몇 대기업에 편중돼 있어 국제표준화 활동과 표준특허에 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죠.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열고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선 요즘 세계 젊은이를 열광시키고 있는 K팝처럼 우리만의 감성과 창의성이 더해진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를 세계 표준과 특허로 연결해 세계 시장 선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표준은 누가 정할까요? 

부피와 무게, 길이 같은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면 무역에 큰 불편이 생깁니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공통으로 쓸 기준을 만든 게 표준이죠. 표준은 부피 같은 단위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표준을 따르기 위해 필요한 기술에도 표준이 있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이런 기술이 국제표준(International Standard·IS), 즉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술표준이 되면 표준특허란 권리도 갖게 됩니다. 그 기술을 쓰는 기업에게 특허료(로열티)를 받아 큰 수익도 올릴 수 있죠.

표준은 합의로 정하고 공인된 기관이 승인해야 특허권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그럼 세계에서 공통으로 쓰는 표준은 누가 정하고 승인하는 걸까요?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자기술위원회(IEC), 국제통신연합(ITU) 등 ‘3대 국제표준기구’에서 이런 일을 합니다. IEC는 전기·전자 분야, ITU는 통신기술 분야를 관장하죠. 나머지 분야는 거의 모두 ISO가 맡습니다. 요즘엔 ISO와 IEC가 함께 만든 합동기술위원회(JTC)에서도 국제표준을 정하고 있죠.  

ISO는 국제표준 제정이 필요한 나라나 단체에서 제안하면 ISO 분과위원회와 기술위원회를 거쳐 총회에서 75%가 넘는 찬성을 얻으면 국제표준으로 승인합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표준특허를 갖고 있죠. 주요 국제표준기구가 정한 표준특허를 기준으로 3천220개쯤 됩니다. 우리나라는 ISO에 3건(0.6%), IEC에 160건(5.7%), ITU엔 통신표준화 부문(ITU-T)과 전파통신 부문(ITU-R)으로 나눠 각각 표준특허를 86건(3.1%)과 34건(5.2%) 갖고 있는데, 이는 세계 6위 수준입니다.  

ISO는 국제표준을 ISO 646(정보 교환용 부호), ISO 7498(OSI 기본 참조 모델), ISO 8802(LAN)처럼 ‘ISO+번호’ 형태로 발표하고 ITU는 ITU-T 권고와 ITU-R 권고, IEC는 IEC 국제표준(규격)이란 이름으로 정합니다. 

‘평(坪)’ 대신 ‘제곱미터(㎡)’…

생활 속 도량형 표준화는?

2007년 7월부터 아파트나 땅 등의 넓이를 나타낼 때 쓰던 ‘평(坪)’ 대신 국제단위계(SI, 미터법)인 ‘제곱미터(㎡)’를 쓰는 게 의무화됐습니다. 금의 무게를 나타낼 때 쓰는 ‘돈’도 법정계량단위인 그램(g)으로 써야 하죠. 이는 무역 등 국제 교류에서 생길 수 있는 국가적인 경제 손실이나 단위 관련 오류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금 반 돈이 1.875그램(g)인 것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 무게를 반 돈으로 표시해 주는 저울도 드물죠. 이런 상황에선 부정확한 거래가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해 GDP의 3분의 1이 계량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는데 그중 계량 오차가 1%만 생겨도 큰 손해가 될 수 있죠.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가 제곱미터나 그램 같은 미터법 단위를 쓰고 있습니다. 그것을 법으로 정해 법정계량단위라고 부르죠. 

우리나라는 길이를 나타내던 자(尺), 마, 리(里) 등은 센티미터(㎝), 미터(m), 킬로미터(㎞)로 고쳐 써야 합니다. 넓이를 나타내는 평, 마지기 등은 제곱미터, 제곱킬로미터(㎢), 헥타르(㏊) 등으로 써야 하죠. 부피를 재던 홉, 되, 말, 석(섬), 가마 등은 세제곱센티미터(㎤), 세제곱미터(㎥), 리터(ℓ)로 근(斤)이나 관(貫) 같은 무게 단위는 그램, 킬로그램(㎏), 톤(t)으로 써야 합니다.

 

< 최정환 기자 / info@ahaeconomy.com >

 

출처 : 아하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