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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자동차]친환경·스마트 전략으로 승부한다


대표적인 한·미 FTA 전략 품목… 대기업과 중소업체 시너지 모색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자동차 부품업계가 또 한 번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제품의 품질 제고를 통해 기존 시장을 단속하는 한편, 친환경·첨단 제품 개발을 위한 R&D 투자에 더욱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FTA 시대를 맞은 우리 자동차 부품업계의 전략과 비전을 점검했다. <편집자>



 자동차 부품은 대표적인 한·미 FTA 전략 수출 품목이다. 양국의 자동차 부품 관세(미국 최대 4%)가 즉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조만간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부품업체들의 GM·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수출 증대 효과는 연간 7억2,000만 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미국 자동차 관련 전체 수출액의 36%가량으로 5,000여 중소 부품 업체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첨단 신기술 개발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관련 중소기업이 백업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최대 부품업체인 H사의 경우 모듈 기술과 생산 능력 면에서 세계 최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첨단 미래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와 지능형 자동차에 대응하는 부품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리더십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H사는 지난 2009년부터 경기도에 위치한 HEV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바로 최근 출시돼 한국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의 30킬로와트(kw) 구동 모터와 배터리 팩 어셈블리(BPA)다. 충북 소재 공장에서는 HPCU(Hybrid Power Control Unit)를 생산하고 있다.

구동 모터는 기존 일반 차량 엔진 역할을 분담하고, BPA는 배터리와 전기 모터·배터리 제어 기능을 수행한다. HPCU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충전시키고 배터리가 생산하는 고전압 에너지를 차량용 저전압 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 부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용 부품중 기능 기여도 부분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이다.

배터리와 함께 주목받는 첨단 기술이 있다. 바로 ‘IBS(Intelligent Battery Sensor)’로 알려진 지능형 배터리 센서다. 이 장치는 배터리의 충전·노후 전류 흐름 등의 상태를 모니터링해서 배터리 상태에 맞춰 관련 장치들이 최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 기술이다. 특히 H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유럽의 명차 제조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에 공급하고 있는 부품이기도 하다.

대기업 부품사들은 특히 부품 협력사의 수출 판로를 지원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부품 수출 해외 로드쇼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결과 로드쇼에 참여한 협력사가 해외 유수 자동차업체로부터 매년 수억 달러 수준의 수주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독자적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 부품업체도 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2차 전지 생산업체 P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06년 자동차부품연구원과 함께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산학연  공동 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친환경 2차 전지 충·방전기 설계에서 시스템 구성까지 100% 자체 기술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 사업 참여 이후 매출액은 34억원에서 2010년엔 381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종업원 수는 26명에서 11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5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독자 기술 개발의 과실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첨단 자동차 부품 생산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의 고진공 다이캐스팅 경량 부품 생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9월부터 시험 생산에 들어간 고진공 다이캐스팅 시설은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된 고압·고정밀 주조 기술이다.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 합금을 응용한 초경량·고강도 자동차 부품 연구 개발은 자동차 부품 소재 산업의 핵심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전주시의 고진공 다이캐스팅 경량 부품은 국내외 완성차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첨단 제품 못지 않게 전통 분야의 경쟁력 향상도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볼트, 너트 등이 대표적인 전통·기초 분야다. 볼트, 너트의 현 수입 관세(5.7~12.5%)는 한·미 FTA 발효 즉시 철폐된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고관세 철폐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 제고 폭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군은 주로 자동차, 항공, 가전제품, 농기계, 상업용 빌딩 및 기간산업 건설 시 주로 사용된다. 경쟁이 극심하고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으나 한·미 FTA가 발효되면 성장 가능성이 큰 품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부가 가치 품목에서는 독일, 일본과 대등한 품질을 확보하고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에 대한 납품 경력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품질 관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품목별 공급업체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다. 완성차에 직접 납품이 힘든 경우 하위 공급사를 통한 우회 납품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 한·EU FTA를 계기로 자동차 부품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식경제부 주도로 미국과 EU 등 자동차 생산 중심지에 APP(Auto-parts Park)를 만들어 국내 부품업체들이 해당 국가 완성차 회사와 각종 상담 및 협의,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APP는 국내 부품업체가 해외 완성차 업체와 접촉이 안되거나 정보 부족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를 해소해주기 위해 마련한 종합 지원 체계다.

또 글로벌 순회 집하 체계를 만들어 각 나라 간 편리한 물류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순회 집하(Milk Run)란 생산자가 수요자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대신, 수요자가 생산자를 순회하면서 물건을 수거하는 방식이다.

국내 부품사가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수출하는 기존 방식 대신 해외 완성차 회사가 화물 적재 부위만 배에 싣고 우리나라에 수시로 입국해 국내 부품업체들을 돌면서 부품을 본국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컨테이너 야적장 하역과 보관 등에 소요되는 시간 감소로 부품 공급 시간이 기존 30일에서 4일로 대폭 줄어 해외 업체에 대한 부품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허완 자동차공업협회 상무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동안 미국과 직거래를 하기 힘들었던 중소 부품 기업의 수출 증대를 불러올 수 있다”며 “현재의 가격 경쟁력에 관세 철폐까지 이뤄지면 우리 부품업계는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디팍 파텔 포드사 구매 담당 매니저는 지난 2월 9일 KOTRA 주최로 열린 한·미 FTA 설명회에서 친환경, 스마트, 경량화 부품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글로벌 아웃소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부품 소싱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전통적인 분야의 제품력 향상과 함께 연비 절감을 위한 친환경, 경량화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한국 기업이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경 기자(출처: FTA소식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