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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마이크로 크레딧의 시작, 그라민 은행의 이야기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단체가 어디 였는지 기억 나시나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본부를 두고 있는 그라민 은행이었습니다. 무엇이 특별하기에 은행이, 그것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걸까요?
 

                                                                                                    ⓒ김유경
마이크로 크레딧이란?

그라민 은행은 보통 은행들처럼 큰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한꺼번에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갚을 수 있을 정도의 적은 돈을 무담보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빌려줍니다. 특이하게 매주 일정 금액의 이자와 원금의 일부를 상환하게 해 1년 동안 대출금을 청산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김유경

노벨상 관련 기사를 본 이후로 관심을 두고 있던 은행이었기 때문에 직접 방글라데시에 가서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 지를 보고 왔습니다. 제가 만나본 이야기 중 몇 가지 사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어떤 시스템이든지 밝은 면도 있는 반면, 어두운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은행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가난에서 탈출한 가족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대출자도 있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난 한 가족의 이야기

 

                                                                                            ⓒ김유경

Anguara
라고 하는 47살의 대출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아들 하나에 딸 하나 있는 가정 주부로 남편인 Nurulislam(55)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10th grade 학교(방글라데시에서는 1~5학년까지 primary school을 다니고 6~10학년까지는 high school을 다닌다고 합니다.)를 졸업하고 나서 농사일을 하는 동시에 20년 넘게 버스에서 돈 걷는 일을 했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셨나요? 농사를 하려면 돈이 필요했을 텐데요?
: 이웃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사채를 썼어요. 농사할 때 이용할 토지로 다른 사람의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지었고요.

얼마 정도의 대출을 해왔고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처음으로 빌린 돈의 액수는 6,000TK(한국 돈으로 계산하려면 TK 15를 곱해주면 됩니다. 그래서 약 90,000)였습니다. 이 돈을 거의 다 농사를 짓는 데에 투자했어요. 두 번째 대출 금액은 전보다 늘어 난 12,000TK(180,000)이었고, 빌린 지 세 번째 되는 해에는 15,000TK, 네 번째 해에는 20,000TK을 빌렸습니다. 올해는 20,000TK를 빌렸고 현재 이 돈을 매주 갚아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우리 가족 소유의 밭과 다른 이웃 사람의 밭을 경작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농지 같은 경우, 일해 주고 추수 후에 수확물의 어느 정도를 받는 식으로 보수를 받고 있어요. 아니면 1에이커 당 600TK 정도씩의 보수를 받기도 해요. 방글라데시의 경우는 3번을 경작할 수 있는 데 그렇다고 해서 3번 다 땅을 빌려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땅을 일정하게 빌릴 수도 있고 못 빌릴 수도 있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는 않죠. 이렇게 해서 한 시즌에 한 달 동안 버는 돈은 10,000~15,000TK 정도 돼요.

그라민 은행에는 왜 가입하게 된 거죠?
: 그건 그라민 은행에만 있는 GPS(Grameen Pension system)라는 연금 상품 때문이에요. 물론 그외에도 담보 없이 대출해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GPS의 경우 이자율이 12% 정도 되거든요. 이자율도 높고 장차 미래에는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없을 테니깐 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서 회원이 됐어요.

아무 것도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

 

                                                                                               ⓒ김유경
Shafali begum
이라는 50세 정도 되신 분의 집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이 분에게는 5명의 아이가 있는데 큰 딸이 현재 학자금을 대출받아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자금 외에도 매년 300명을 뽑는 한 재단에서 매달 3,000Tk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받기 전의 집안 경제적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그라민에는 1989년에 합류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었죠. 농지도 없었고 집도 없어서 다른 사람 집에 얹혀 살았어요. 제 남편은 다른 사람의 집에서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라민에서 돈을 어떻게 빌리게 됐고, 어떻게 상환을 해왔으며 어떤 사업을 해왔는지 알려주세요.
: 초기 설립 당시의 그라민 은행은 가입하기 힘들었어요. 장부에다가 해야 할 사인 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돈도 셀 줄을 알아야 해서 거의 6개월 정도 교육 받았어요. 처음에는 1500TK(한화로 22,500원 정도)를 대출 받아 일정 부분을 저축하고(의무적으로 저축해야 하기에) 남은 돈으로 작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은행에서 돈을 빌리게 된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돈을 갚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돼서 잠을 자기도 힘들었어요. 날이 지나면서 돈을 갚을 수 있다고 믿게 됐고 전과는 달리 배를 곪는 날도 줄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좀 더 늘어난 3000TK(한화로 45,000) 정도, 그 다음에는 5000TK를 빌렸고 회원이 된지 5년이 되던 해에는 housing loan을 빌릴 수 있었어요. 이 대출 상품은 집을 짓는 데에 필요한 돈을 빌려 주는데 이자율은 8% 정도였고 3~5년 동안 갚는 것이어서 부담이 적었어요. 그렇게 대출을 받아 지었던 집은 이제 없고 현재 지어진 집은 그 가격을 따져 보면 500,000TK(한화로 750만원 정도) 정도 돼요.

6~7년 정도 됐을 때 우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유를 사서 우유를 다시 되파는 일이었는데 이게 수익성이 좋았어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방문 판매를 했는데 50ml 25TK정도에 사서 35TK정도에 팔았어요. 요즘은 방문 판매보다는 시장에다가 팔기도 하고 milk vita라는 우유 공장에도 팔아요. 그 외에 닭, 오리, 소를 키워 팔기도 합니다.

올해는 90,000Tk짜리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이고 그 돈으로 봉고차를 사서 운영 중이에요. (보통 단체 손님들이 장거리로 갈 때 많이 이용한다. 우리도 300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때 곧잘 봉고차를 이용하고는 했는데 10명이 이용했는데 한 사람당 900TK씩 냈다.) 그리고 40,000TK짜리 basic loan도 이용 중이에요. 그래서 현재 제 남편이 하고 있는 일은 우유를 사서 파는 것, 교통 수단 운영, 농업 이렇게 세 가지라고 하면 될 거 같아요.

어려운 적이 있었나요?
: 1988, 1995, 2003년쯤에 방글라데시에 큰 홍수가 났었는데 그 때 우유를 팔기 힘들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구걸하는 할머니의 이야기

 

                                                                                  ⓒ김유경

은행에서는 구걸하시는 분들에게 적은 돈을 빌려 준다고 했습니다
. 마침 갔던 센터에 이를 이용하시는 분이 있기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센터 미팅이 의무가 아니기에 나오고 싶으면 나오는 것이고 언제라도 원할 때 원하는 만큼씩 돈을 상환한다고 했습니다. 정부에서도 가장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Food card를 지급해 음식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했지만 정부와 연줄이 없으면 카드를 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마이크로 크레딧을 이용하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려 주실 수 있나요?
: 그라민을 6년 전에 알게 돼 500TK를 빌렸어요. 그 전에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항상 구걸만을 했기 때문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며 살았어요. 근데 돈을 빌리고 나서는 우유를 사서 방문 판매를 할 수 있었기에 구걸을 전보다는 덜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사업을 할 돈과 생계를 위한 돈을 뚜렷하게 나누기 힘들어서 돈을 갚는데 애를 먹었어요. 그래도 1년 후에 돈을 갚았고 그 다음 해에 다시 돈을 받아서 염소를 샀어요. 그렇게 어떻게 틀을 잡아 살아 왔는데 올해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져서 약 비로 염소를 다 팔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고 현재 빚으로 800TK 정도가 남아 있어요.

구걸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살아 오셨는지 들을 수 있을 까요?
: 이슬람 문화에서는 딸이 시집을 갈 때는 결혼 지참금을 가져가야 해요. 하지만 우리 집은 매우 가난해서 결혼 지참금을 낼 돈이 없었어요. 결혼을 시켜야 하는데 같이 보내야 할 돈이 없는 거죠. 그래서 결국 아이들이 있는 늙은 홀아비와 결혼하게 됐고 몇 년 후에 남편이 죽었어요. 남은 전처의 아이들과 제 딸을 홀로 다 키우고는 결혼시켰어요. 우리 문화에서는 계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처의 자식들은 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요. 그래서 시집간 딸만 가끔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 다시 염소를 살 생각이에요. 그리고 돈을 더 많이 벌어서 구걸을 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어요. 구걸은 별로 떳떳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러고 저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옷이나 이불을 만들 줄 알거든요.

학자금 대출을 한 가족의 이야기

 

                                                                                               ⓒ김유경

회원이 된지 3년 정도가 됐다는 Varoti das라는 분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현재 남편이 하고 있는 일은 버스에서 돈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 아직까지도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집에 들어 가보니 지금까지 가봤던 다른 대출자들의 집보다 훨씬 허름하고 작았습니다. 거기다가 국유지에다가 집을 짓고 살고 있어서 국가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농지도 없었습니다. 아들인 Hira das는 그라민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그라민에서는 어떻게 돈을 빌리게 되신 거에요?
:
아들이 학교에서 수석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데 등록금을 댈 능력이 없어서 대학을 보내는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그라민 은행을 알게 돼 5,000TK를 빌렸어요. 학자금 대출은 일정 기간 꾸준히 돈을 잘 갚아 온 멤버에게 주어지는 대출이거든요. 대출 받은 돈으로는 닭이나 비둘기를 사서 키우고 있어요. 뒤에 보시면 시끄러운 게 다 그 녀석들이에요. 하지만 소득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어느 정도씩 받을 수 있나요? 그리고 학교 등록금이나 비용은 어느 정도 되나요?
: (아들) 5년 동안 125,000TK를 지원 받는데요. 그래서 매년 25,000TK를 받아요. 등록금은 3,000TK/credit이고 보통 3credit을 들어요. 거기다가 기말 고사를 보려면 3,000TK씩을 내야 해요. 그래서 매년 24,000Tk 정도씩을 지불해야 하는 거죠. 학교가 멀어서 기숙사에 사는 게 좋은데 기숙사는 매달 2,000TK를 내야 하기에 돈이 부족해요. 그래서 방학 동안 과외 하면서 기숙사 비를 마련 중이에요. 아침에 8명을 한 그룹으로 해서 가르치는 데 한 사람당 매달 150TK씩 받고 있고 밤에는 1명을 400TK를 받고 가르치고 있어요.

                                  (대출 받는 여성 회원들)                                    ⓒ김유경

장기간 대출을 받아온 사람들과 빌린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 대출자들의 삶이 조금씩 앞으로 진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가 원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었기에 크게 재산이 불어 나지 않아도 조금씩 개선되는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제가 못 보고 지나쳐서 이거나 사람들이 작은 것에도 만족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대출자들이 돈을 빌린 후에 성공하거나 빚에서 벗어 나지는 못 했지만 그들의 희망
의 불씨를 지켜주는 데에는 마이크로 크레딧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부적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구걸하시던 분의 사례에서처럼 질병 한 번으로 벌었던 모든걸 잃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