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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스마트한 경제 이야기

흡연, 정부의 규제가 없다면?

크리스마스 이브날, 모임이 있어서 친구들과 술집에 가게 됐습니다. 한창 맛있는 안주들을 배부르게 먹고 있는 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풍겨 오더라고요. 비흡연자인 저나 친구들도 그 담배 냄새를 맡고 기분이 불쾌해졌습니다. 계속 그 그룹을 향해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는 데도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군요. 술집이라서 그런지 커피집처럼 흡연석, 금연석 구별없이 앉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의 술집은 흡연이 가능하니깐 비흡연자들만 불쾌해지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집에 오자마자 입었던 옷들은 빨래통 직행이었는데요. 가방같은 건 빨수도 없어서 페브리즈만 주구장창 뿌리다보니 이제는 몇 방울 안 남았더라고요. 그 흡연자 그룹에게서 적어도 페브리즈 값은 받아냈어야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하더군요. 평소 정부가 금연구역 지정과 같은 정책으로 제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개인끼리 더 빠르게 이 문제에 대처할 수 없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출처: kormedi)

경제학에는 '코즈의 정리(Coase theorem)'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의된다면 정부의 개입 없이도 당사자간의 협상에 의해 효율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한 이론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재산권은 거래 가능(양도 가능)해야 한다.

2. 거래 비용이 적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시장으로 결정되는 사항이 정부의 간섭보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지요.



항상 흡연과 같은 문제는 정부가 법적으로 제정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 '코즈의 정리'하에서라면 개인 간에 흡연과 관련된 권리를 사고 팔면서 개인 수준에서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경우를 놓고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보았습니다.

 

첫째,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거래할 수 있다면..?

둘째, 담배 피울 수 있는 권리만을 거래할 수 있다면..?

 

이런 경우라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를 경계로 거래를 받아들일까요? 과연 거래는 성립할까요? 정말 정부 없이도 개인 간의 거래를 통해 흡연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질문 요약)

 

1. (흡연자) 담배 냄새 싫어하는 친구와 단 둘이 있다. 담배가 매우 피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깨끗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권리를 친구에게서 사려고 한다. 어느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가? (지갑에 5만원이 있다.)

 

2. (흡연자) 비흡연자인 친구는 담배 냄새가 싫어서 담배를 피울 권리를 귀하로부터 사고자 한다. 어느 정도의 가격 선에서 양도할것인가? (친구에게 5만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3. (비흡연자) 흡연자인 친구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깨끗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권리를 사려고 한다. 얼마에 양도하겠는가? (친구에게 5만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4. (비흡연자) 담배 냄새가 싫어서 흡연자인 친구의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권리를 사려고 한다. 어느 정도까지 지불하려고 하는가? (지갑에 5만원이 있다.)

 

5. 정부의 정책이 나은 것 같은가 아니면 개인간 거래가 더 나은 것 같은가?

 

비흡연자들 중 약 70%의 응답자들은 질문 3번에서 제한으로 놓았던 5만원에 거래를 하거나 절대 거래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어느 정도에 담배에 대한 권리를 사겠느냐 라는 질문에는 68%정도가 5만원을 주고 사오겠다고 했습니다.

 

반면, 흡연자들 60%가 절대 권리를 팔지 않을 것이며 사지도 않거나 5만원을 지불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40%는 생각보다 적은 1000원이나 100원같은 금액을 제시했습니다.

 

(출처: 매일신문)


설문조사를 하고나서야 느낀 것이지만 개인간의 권리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가격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으며 거래 상대방이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에 따라 거래 성립 여부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약 개인간 거래를 시행한다면, (설문 결과에서는 40%라고 나왔지만 확실히 그 수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상대방을 잘 만난다면 비흡연자는 1,000원정도에 담배 피울 권리를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은 거래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또 깨끗한 공기에 대한 권리는 (설문 결과에서는 30%라고 나왔지만 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상대방을 잘 만난다면 흡연자는 그 권리를 5,000원이나 500원이라는 싼 가격에 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경우 거래는 실패로 끝납니다.

 

(출처: kormedi)

이렇게 거래가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서인지 응답자의 73%는 정부의 정책으로 흡연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들이나 절차가 많아질 거 같아서', '비용이 많이 들거 같아서'와 같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결국 거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중재자 역할을 할 정부가 필요하다는 말인데요. 그래서 만약 거래 비용이 적게 든다면 정말로 거래는 성립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설문 조사상에서 거래 비용이 적게 들거라고 제한하기가 힘들더군요.)

 

(출처: 메디컬투데이)


그렇기에 정부의 간섭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또한 비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금연 구역지정을 하고 정책을 통해 흡연을 줄이고자(이건 비흡연자들의 권리도 고려하지만 흡연자들의 건강이라는 측면을 더욱 고려한 것이지만) 담배값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세계일보)


코즈의 정리를 바탕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사례로 탄소 배출권 수 있는데요. 탄소세와 같은 정부 규제처럼 세금을 부과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등과 같은 부담이 적고 비용 또한 낮아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 배출권 제도에서 코즈의 정리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당사자 간 직접 거래에서도 계약 불이행과 같은 위험과 거래 비용 증가로 선호도가 낮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걸 보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설문조사에서는 단순화시키기 위해서 두 사람만 있는 상황을 설정했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상황보다는 술집처럼 사람많고 북적북적한 상황이 많습니다. 개인간 거래가 이뤄진다고 했을 때, 흡연자는 한 명의 비흡연자만이 아닌 술집 안에 있는 모든 비흡연자들과 거래를 맺어야 할 것이고 그때마다 선호도가 다른 각각의 사람들과 가격을 흥정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담배 피울 권리를 사는 경우에는 반대의 상황이 되겠지요. 그러다 보면 돈은 돈대로 깨지고 흥정 시간도 시간대로 걸리고 권리를 가진 사람은 강자가 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약자가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그 권리가 꼭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권리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원할 경우 가격은 상승하니깐요) 


(출처: 시사저널)


그렇기 때문에 좀더 효율적으로 사회적 문제인 '흡연'에 대해서 개인적인 거래보다는 정부의 정책이 더 선호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