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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경제이야기/세계의 경제 이야기

중국엔 왜 아직도 버스 안내원이 있을까요?

중국에서 버스를 타면 신기한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바로 버스 안내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까지 존재했던 것같은데요... 이영자 누나의 "내리쉴분 업숩니까?~안계시면 오라이~~"를 들은지도 꽤 오래됐네요. 사실 버스안내원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버스안내원이라고 하면 이영자 누나만 생각나는 건 저 뿐일까요?


그렇게 잊혀져 있던 버스안내원을 중국에서 다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중국엔 버스안내원이 있는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중국의 버스는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도록 2층버스 아니면 버스 두대를 연결한 굴절 버스입니다.(북경버스기준) 따라서 기사 한분이 이 넓은 버스의 많은 승객들을 통제하기란 힘든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버스안내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엔 아직도 버스 안내원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을 그놈의 궁금증이 또 발동해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중국인 친구왈,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아서 일자리 보전 차원에서 없어도 될 만한 일자리들도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없어도 될 만한 일자리들을 여기저기에서 본 기억이 났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서계시는 아저씨하며,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요금수납직원까지...

고속도로 수납직원에 대해 묻자 중국인 친구왈: 하이패스처럼 기계 장치로 요금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 그냥 현상태로 유지한다고. 이 역시도 일자리 보전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이패스를 설치하면 훨씬 수월해질 고속도로 정체를 그냥 방치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어리석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거야말로 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은 난제가 아닐까요?


하이패스를 설치해 고속도로 정체를 줄일 것인가 일자리를 보전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중국의 이러한 일자리 보전 문화는 최근에 시작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생각해보니 ‘중국 역사와 문화’ 수업시간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들었던 것 같아요. 내용인 즉슨 중국은 송나라 시기 이후 농기구 발전이 정체됐다는 것. 학자들에 의하면 이 역시도 농기구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유휴 노동력이 발생하면 각종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것 같아 농기구의 발전을 억제했다고 합니다. 역시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고대에서부터 계속 발전하던 중국의 농기구는 송대 이후 발전이 멈췄다고 한다. 이 역시도 중국의 일자리 보전 문화와 관련이 있다

오래전부터 중국에 있었던 이런 일자리 보전 문화는 최근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전혀 상관없는 얘기는 아닌 듯 합니다.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은퇴 후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노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걱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골에 가면 시내에서 도로변의 잡초를 뽑거나하는 간단한 일용일을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비단 시골에서뿐만 아니라 서울의 지하철에서도 카드 인식기 옆에서 출입 승객들을 통제하는 할아버지 분들을 뵌 적이 있으시죠?

한국의 지하철역에서 도우미 일을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일자리 보전 문화는 우리에게 난제를 제시합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고용하기 위해서 지불해야하는 임금을 생각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실업문제, 사회문제의 얘기로 접근하면 얘기는 또 달라집니다. 가능한 모든 일을 기계화 하고 없어도 되는 일자리를 모두 퇴출시킨다면 퇴출당한 개개인은 수입이 없어지고 이는 심각한 한 개인의 문제, 한 가정의 문제를 야기 할 수 있겠죠. 또한 일 안하는 유휴시간 증대는 범죄의 증가와도 연관될 수 도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치지 못하는 이상 양쪽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일자리 보전, 이 화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